현대차, 아틀라스 2만5,000대 배치 추진…휴머노이드 승부처는 공장 안에 있다 연 3만 대 생산시설 구축 별도 추진현장 데이터부품 양산운영비 검증이 관건 현대차그룹이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자동차 공장에 대규모로 투입하기 위한 현장 훈련에 들어갔다. 현대차기아 글로벌 공장에 향후 수년간 2만5,000대를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로봇을 만드는 기술과 자동차를 생산하며 쌓은 공정 경험을 결합해, 휴머노이드의 사업성을 직접 검증하겠다는 구상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9월 21일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로봇 훈련검증 시설인 RMAC를 열었다고 밝혔다. 아틀라스는 이곳에서 자동차 부품을 조립 순서에 맞춰 준비하고 배치하는 작업을 배우고 있다. 회사는 2027년 센터를 현재의 약 10배 규모로 확장할 예정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 발표 이번 계획을 읽을 때는 배치 물량과 생산능력을 구분해야 한다. 2만5,000대는 현대차기아 글로벌 공장에 투입하려는 아틀라스 물량이다. 함께 발표한 연간 3만 대는 미국에 새로 구축할 로봇 생산시설의 생산능력이다. 이미 수만 대를 생산했거나 공장에 배치했다는 뜻은 아니다. 9월 발표에는 2만5,000대 배치를 마칠 정확한 연도와 공장별 물량이 명시되지 않았다. 배치생산시설 계획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공정 투입 일정은 2028년 부품 정렬 작업으로 시작해 2030년 부품 조립으로 넓히는 순서다. 기술 검증과 현장 운영 준비, 사업상 필요에 따라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현재 훈련센터 가동과 향후 생산라인 투입은 서로 다른 단계다. 현대차그룹 7월 공식 설명 주목할 대목은 현대차그룹이 로봇 개발사와 실제 사용 현장을 함께 확보했다는 점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공정 데이터와 시험할 장소를 제공하고,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이를 로봇 개발에 활용한다. 그룹은 훈련 데이터와 실제 공장 운영 데이터를 연결해 로봇을 반복 학습시키겠다는 전략을 내놓았다. 현대차그룹 CES 2026 발표 이 구조의 사업적 이점은 개발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를 실제 공정과 대조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부품을 집는 데 성공하더라도 정해진 시간 안에 놓지 못하거나, 위치가 조금 달라졌을 때 작업을 멈춘다면 생산라인에 쓰기 어렵다. 어떤 상황에서 실패했고 사람이 얼마나 자주 개입했는지 확인해야 개선 방향도 잡을 수 있다. 자체 공장은 이런 검증을 반복할 기반이 된다. 다만 내부 공장에서 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외부 고객에게도 경제성이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부품 정렬부터 시작하는 일정도 눈여겨볼 만하다. 휴머노이드를 도입하려는 제조기업은 맡길 작업을 구체적으로 좁히고, 해당 공정에서 비용과 품질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 부품을 일정한 경로로 옮기는 일이라면 컨베이어나 자율이동로봇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 사람을 위해 만든 작업 공간에서 이동과 손동작을 함께 수행해야 하는지, 차종이나 작업 변경에 얼마나 유연하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따져야 휴머노이드 도입의 이유가 분명해진다. 대량생산 계획은 국내 부품업계에도 새로운 과제를 던진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1월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협력해 아틀라스용 액추에이터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액추에이터는 로봇 관절을 움직이는 구동장치다. 현대모비스의 참여는 자동차 부품 생산 경험을 로봇 양산에 연결하려는 구체적인 사례다. 현대모비스보스턴다이내믹스 협력 발표 여기서 국내 기업이 살필 기회는 완성형 휴머노이드 개발에만 있지 않다. 반복 동작을 견디는 부품, 고장 징후를 찾는 진단 기술, 현장에서 부품을 신속히 교체하는 정비 체계도 대규모 운영에 필요하다. 공급업체로서는 시제품의 성능과 함께 제품별 품질 편차, 수명, 공급 가격을 입증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의 배치 목표가 곧바로 개별 협력사의 수주나 매출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공장 운영자가 확인할 지표도 구체적이어야 한다. 시간당 작업량과 불량률, 사람의 개입 횟수, 고장 후 복구 시간을 함께 봐야 한다. 로봇 구매비에 학습설치정비 비용과 작업 중단 손실까지 더해야 실제 도입 비용을 계산할 수 있다. 이번 RMAC 개소 발표에는 이런 성과 지표가 공개되지 않았다. 배치 목표만으로 생산성 개선 폭이나 투자금 회수 기간을 계산하기는 이르다. 고용에 미칠 영향 역시 로봇 대수만으로 환산하기 어렵다. 현대차그룹은 로봇이 힘들거나 위험한 작업을 맡고, 사람은 로봇 훈련과 감독 등에 집중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는 회사가 내놓은 운영 구상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어떤 업무를 옮길지, 기존 작업자를 어떻게 교육하고 배치할지까지 구체화해야 한다. 현대차그룹 인력로봇 협업 구상 아틀라스의 대규모 배치 계획은 제조기업이 로봇의 첫 고객이자 개발 현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현대차그룹은 그 가능성을 시험할 공장과 물량을 제시했다. 이제 확인할 것은 현장에서 쌓이는 운영 성적이다. 정해진 생산 속도와 품질을 유지하면서 작업자의 부담과 전체 비용을 얼마나 줄이는지가 아틀라스의 다음 평가 기준이 된다. 기사보러가기
거래대금부터 계약 이행까지…기업 간 분쟁, 해법은 어디에 출처 = 법무법인 다감로 유영호 대표변호사 기업 간 거래는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제품을 납품하고 대금을 정산하는 과정에서, 약속한 업무를 수행하고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갈등이 생길 수 있다. 대금 지급이 늦어지거나 계약 조건을 서로 다르게 해석하면서 시작된 분쟁은 사업 운영에도 부담을 준다. 기업에 필요한 것은 법적인 판단과 함께 현실적인 해결책이다. 받지 못한 대금을 회수할 수 있는지, 거래 관계를 유지할지 정리할지, 해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지 살펴야 한다. 법무법인 다감로는 기업법무와 민사소송을 비롯해 건설부동산, 중재 등 기업 활동과 관련된 법률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기업 소송과 자문 업무를 맡아온 유영호 대표변호사에게 기업 간 분쟁의 대응 방향과 거래 과정에서 유의할 점을 물었다. 계약과 실제 거래 과정에서 찾는 해결의 실마리 검사장비를 공급한 A기업의 사례는 납품 이후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보여준다. A기업은 생산라인을 운영하는 B기업에 제품 검사장비를 납품했다. 계약금만 받은 상태에서 잔금을 받아야 했지만, B기업은 장비 반품을 요구했다. A기업은 이를 구매 의사 변경에 따른 무리한 요구로 보고 소송을 진행했다. 이처럼 납품 이후 대금 지급과 반품을 둘러싼 입장이 엇갈릴 때는 무엇부터 확인해야 할까. 유 변호사는 거래 경위를 파악하고 양측의 주장과 자료를 구분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품 요구나 대금 미지급이라는 상황만으로 어느 한쪽의 책임을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계약에서 정한 납품 조건과 대금 지급 시점, 실제 이행 내용, 상대방이 제시하는 사유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검토 대상은 계약서에 그치지 않는다. 유 변호사는 발주서와 납품검수 자료, 거래 과정에서 주고받은 이메일이나 메시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대금 미지급 사건이라도 계약 내용과 이행 과정, 상대방이 지급을 거절하는 이유에 따라 쟁점이 달라집니다. 서로의 주장과 확인 가능한 사실을 구분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정리하는 것이 대응의 출발점입니다. 기업이 원하는 결과에 따라 달라지는 대응 방향 분쟁의 쟁점을 파악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의뢰 기업이 원하는 해결을 이해하는 일이다. 미수금 회수가 시급한 기업도 있고, 거래를 정리해 추가 부담을 줄이는 것이 우선인 기업도 있다. 기존 거래 관계를 이어가면서 이견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도 있다. 유영호 대표 변호사는 이러한 사정을 법률 검토와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뢰 기업이 원하는 해결이 무엇인지 충분히 들어야 합니다. 대금 회수가 가장 시급할 수도 있고, 거래 관계를 정리하거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법률적인 검토와 기업의 현실적인 필요를 함께 고려해야 적절한 대응 방향을 찾을 수 있습니다. 대응 방법을 정할 때는 소송뿐 아니라 협의나 조정의 가능성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어떤 방법이 적절한지는 사건마다 다르다는 설명이다. 확보한 자료와 양측의 입장, 상대방의 이행 가능성 등을 살펴 판단해야 합니다.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무엇인지와 실제로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는 함께 검토할 문제입니다. 예상되는 시간과 비용, 사업 운영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설명하고, 기업이 이를 이해한 상태에서 대응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법적 결론과 실제 이행까지 살피는 사건 해결 기업 입장에서 분쟁이 잘 해결됐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유 변호사는 법적인 결론과 의뢰 기업이 실제로 얻은 결과를 함께 살펴야 한다고 답했다. 대금 지급을 인정받는 것과 실제로 대금을 회수하는 것은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합의로 마무리하는 경우에도 약속한 내용이 이행될 수 있도록 조건을 구체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사건의 목표와 해결 가능성을 분명하게 설명하는 일도 법률 조력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사건마다 목표는 다르지만, 기업이 처한 불확실성을 줄이고 다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해결 가능한 부분과 한계를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도 그 과정에 포함됩니다. 다음 거래를 위한 점검, 계약 조건과 기록부터 분쟁 대응 경험은 이후 거래 방식을 점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유 변호사는 계약 단계에서 양측이 거래 조건을 같은 의미로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거래 중 달라진 내용도 기록으로 남길 것을 조언했다. 거래 범위와 대금 지급 조건, 납품검수 기준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거래 도중 조건이 바뀌었다면 변경된 내용도 기록으로 남겨두는 편이 도움이 됩니다. 이미 문제가 발생했다면 관련 자료를 보존하고 거래 경위를 정리하는 일이 우선이다. 상대방의 요구와 그동안의 거래 과정을 시간순으로 정리해 두면 상황을 파악하기가 수월합니다. 계약 종료나 법적 대응처럼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다면 실행 전에 계약 내용과 예상되는 영향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 변호사는 분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영자와 실무자에게 확인된 사실을 바탕으로 우선순위를 정할 것을 당부했다. 당장의 손실과 거래 관계에 대한 걱정 때문에 판단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확인된 사실과 아직 확인되지 않은 부분을 나누고, 기업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어 다감로가 지향하는 법률 조력의 방향을 밝혔다. 다감로는 의뢰 기업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계약과 자료를 바탕으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법률 조력자가 되고자 합니다. 개별 사건의 해결과 함께 이후 거래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살피겠습니다. 대표 변호사 유영호 (02-587-9683) 디잡뉴스 편집부 기사보러가기
“온도는 알겠는데, 그래서 뭘 해야 하죠?”… 팜커넥트가 AI로 답하는 농사의 질문 사진 출처 = 커넥트비 수정벌 활동 탐지 기술 (팜커넥트 홈페이지) 비닐하우스 안의 온도는 25도, 습도는 80%. 스마트폰에 숫자는 뜨는데, 창을 열어야 할지 물을 줘야 할지는 여전히 농민의 몫이다. 팜커넥트가 농업 현장을 5,000번 넘게 찾아다니며 들은 고민도 여기에 있었다. 농민분들이 가장 어려워하셨던 건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그리고 작물이 지금 잘 자라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일이었어요. 디잡뉴스와 만난 팜커넥트 김수진 이사는 회사가 하는 일을 이렇게 설명했다. 온실에서 모은 데이터를 분석해 농민에게 필요한 조치를 알려주는 것. 환기를 해야 할 때인지, 물과 비료는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 판단을 돕는 것이 팜커넥트의 주력 사업이다. 센서를 달고 난 다음의 문제 팜커넥트는 2019년 설립된 농업 AI 기업으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투자를 받은 연구소기업이다. 온실용 센서와 제어기 등 하드웨어도 개발공급한다. 다만 김 이사는 회사 소개에서 AI 서비스를 먼저 짚었다. 저희는 하드웨어도 공급하고 있지만, 저희의 핵심은 데이터를 분석해 재배 판단을 돕는 AI 서비스입니다. 센서가 알려주는 수치를 재배에 활용하려면 해석이 필요하다. 같은 온도라도 어떤 작물을 키우는지, 그동안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에 따라 필요한 조치가 달라진다. 농사 경험이 적은 사람에게는 이 판단이 어렵고, 오랫동안 농사를 지은 사람도 해마다 달라지는 날씨에 대응해야 한다. 팜커넥트는 비닐하우스와 유리온실의 데이터를 서버로 받아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자사 제품 외에 이미 설치된 다른 업체의 센서도 연동할 수 있다. 데이터는 분 단위로 들어오며, 농민은 앱이나 웹에서 분석 결과와 리포트, 알림을 통해 농장환경과 작물의 상태를 확인한다. 서비스가 지향하는 바는 분명하다. 농민이 수치를 하나하나 해석하는 부담을 덜고, 작물이 잘 자라도록 관리하는 데 시간을 쓸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작물은 지난 300일을 기억한다 김 이사는 AI 분석에서도 얼마나 긴 기간의 데이터를 살피느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작물의 현재 상태에는 심은 날부터 겪어온 환경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최근 며칠의 기록만 읽어서는 놓치는 부분이 생긴다. 온도와 습도, 이산화탄소, 땅의 온도 등이 분 단위로 쌓이면 데이터의 양은 상당해진다. 이를 한꺼번에 AI에 넣는 데는 한계가 있다. 팜커넥트는 데이터를 나눠 살피고 필요한 내용을 여러 차례 검토하는 멀티 에이전트 방식을 적용했다. 김 이사에 따르면 팜커넥트가 구축한 AI 분석 시스템을 통해 300일 이상의 환경 기록까지 분석해 리포트를 제공한다. 계층형 멀티 에이전트 구조로 데이터를 구간별로 나누고, 여러 단계에서 반복적으로 검토하면서 필요한 정보를 분석하는 방식입니다. 작물별 재배 매뉴얼도 함께 참고한다. 구축된 재배 자료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아 분석에 활용하는 검색증강생성(RAG) 방식이다. 현장에서 축적한 데이터에 작물별 재배 지식을 더하는 셈이다. 인터뷰 당시 팜커넥트가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는 농가는 전국 약 850곳. 토마토와 딸기를 비롯한 시설원예 작물 10종 이상을 다루고 있다. 김 이사는 이들 농가의 누적 데이터와 매뉴얼을 바탕으로 작물에 맞는 분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벌통을 사다 놓으면, 벌은 일을 할까 인터뷰에서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벌 이야기였다. 온실 환경과 작물을 분석하던 팜커넥트는 한 농민의 경험담을 듣고 벌통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벌이 수분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아 수확에 큰 차질이 생겼다는 얘기였다. 벌통만 사두면 수분 작업을 제대로 하는 걸까 생각했는데, 어떤 농민분이 벌이 제대로 작업을 안 해서 수확량이 크게 줄었다고 하셔서 벌을 관찰하기 시작했어요. 시설원예 농가에서는 꽃가루받이를 위해 벌을 들인다. 하지만 벌통에 벌이 많이 보인다고 수분 활동까지 잘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게 김 이사의 설명이다. 벌통을 언제 바꿔야 할지 판단하는 일도 농민에게는 쉽지 않았다. 팜커넥트가 개발한 커넥트비는 벌통 입구의 카메라로 벌의 출입을 살핀다. 암벌과 수벌을 구분하고, 돌아오는 벌이 뒷다리에 실어 나르는 꽃가루의 양을 측정한다. 이렇게 모은 정보로 수분 활동과 벌통 상태를 분석해 교체 시기를 판단하도록 돕는다. 벌을 더 많이 들여놓는 것으로 해결할 수는 없을까. 김 이사는 꽃의 양에 비해 벌이 지나치게 많아도 문제가 된다고 했다. 같은 꽃을 반복해서 건드려 꽃이 손상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농가에 필요한 것은 벌의 수가 많고 적음을 넘어, 실제로 얼마나 활동하는지 알려주는 정보다. 기술적인 난점도 있었다. 벌은 작고 빠르다. 이를 카메라로 인식하려면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지만, 농가에 값비싼 장비를 들이도록 하기는 어렵다. 팜커넥트는 소형 컴퓨터인 라즈베리파이에서도 벌의 활동을 인식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했다. 커넥트비는 CES 2025 푸드애그테크 부문 혁신상에 이어 2026년 제11주 차 IR52 장영실상을 받았다. (CES 공식 수상 소개, IR52 장영실상 공식 소개) 기술을 농가에 보급하기까지 농민에게 AI 서비스를 익숙하게 만드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오랜 경험으로 농사를 지어온 이들에게 데이터를 따로 살펴야 한다는 설명이 처음부터 와닿지는 않았다. 팜커넥트는 농가가 서비스를 직접 경험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농업기술센터와의 협력을 확대해왔다. 팜커넥트는 지역의 스마트농업 지원 사업을 통해 농가가 분석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김 이사에 따르면 인터뷰 당시 전국 약 10개 시군과 계약을 맺고 있으며, 약 850농가의 서비스 이용도 대부분 이러한 협력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현장에서도 변화가 보인다고 했다. 데이터를 들여다보며 농사를 짓는 농가의 경험이 주변에 알려지면서 관심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농장 데이터를 AI에 직접 물어보는 농민도 있다고 김 이사는 전했다. 팜커넥트는 농민이 자료를 따로 모아 입력할 필요 없이,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데이터를 분석해 제공하는 편의성을 내세운다. 어느 구역의 잎을 따야 하는지까지 팜커넥트는 온실 환경을 분석하는 데서 더 나아가 작물의 모습을 함께 살피고 있다. 카메라 영상으로 줄기와 잎, 과실을 구분하고, 잎이 처졌는지나 과실이 얼마나 익었는지 등을 확인하는 기술이다. 김 이사는 농민들로부터 지금 어느 구역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안내받았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받았다고 했다. 이에 잎이 지나치게 빽빽한 구역은 정리하도록 알려주고, 과실 상태에 따라 작업을 안내하는 기능을 개발하고 있다. 환경 수치로 내린 판단을 실제 작물의 모습과 대조하는 데도 영상을 활용한다. 병해가 발생했던 시점과 당시의 환경 기록을 모아, 비슷한 조건에서 발생 위험을 미리 살피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이후의 목표는 분석과 온실 제어를 연결하는 것이다. 현재 온도가 높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데서 나아가, 온도 흐름상 30분 뒤 더 더워질 것으로 예상되면 미리 창을 열도록 하는 식이다. 인터뷰 당시에는 농민이 앱의 리포트와 알림을 확인한 뒤 조치하는 방식이 중심이다. 자동 제어는 제어기와의 연동을 진행 중이며, 향후 농가의 동의를 받아 운영할 계획이다. 김 이사는 초보 농민도 재배를 잘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농업 자체에 관심을 주셨으면 좋겠어요 새롭게 농업에 도전하는 청년들에게 김 이사는 데이터에 관심을 갖고 AI 기술을 직접 경험해 보라고 권했다. 변수가 많은 농업에서는 작은 차이 하나가 작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기록을 살펴보며 판단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농업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농업은 우리의 먹거리와 식량에 직접 연결된 중요한 1차 산업인 만큼, 농업 자체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 이사는 농업에도 AI를 적용해 개선할 여지가 많다고 봤다. 국내 농업이 해외로 뻗어갈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했다. 온실 안에서 필요한 조치를 알려주고, 눈으로 가늠하기 어려웠던 벌의 활동을 확인하는 일. 팜커넥트는 농민이 매일 부딪히는 문제를 하나씩 풀어가며 그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디잡뉴스 편집부 기사보러가기
결정하기 전에 가상으로 실험한다… 한국디지털트윈연구소가 만드는 ‘판단의 도구’ 한국디지털트윈연구소 양영진 대표 저거는 지혜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이다. 양영진 한국디지털트윈연구소 대표는 2015년 KAIST 연구실에서 모델링시뮬레이션 기술을 접했을 때를 이렇게 돌아봤다. 오랫동안 시스템통합(SI) 사업을 해온 그에게 정보를 모아 보여주는 일은 익숙했다. 하지만 정보를 받은 뒤 무엇을 할지 판단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었다. 그가 본 기술은 여러 선택을 가상으로 시험하고, 그 결과를 비교해 문제를 풀도록 돕는 것이었다. 디잡뉴스와 만난 양 대표는 디지털트윈의 쓰임을 가상 실험에서 찾았다. 현실의 설비와 운영 방식을 컴퓨터 안에 모델로 만들고, 조건을 바꿔가며 결과를 살피는 것이다. 발전량을 예측하거나 설비의 운영 조건을 찾는 일부터 복잡한 시스템의 의사결정을 돕는 일까지, 한국디지털트윈연구소는 이 기술을 사업으로 옮기고 있다. 기술을 고객에게 설명하는 일 출발점은 KAIST 김탁곤 교수와의 만남이었다. 양 대표는 군 복무 시절에도 시뮬레이션을 접했지만, 연구실에서 본 기술은 자신이 알던 것과 달랐다고 했다. 두 번째 방문에서 이 기술을 널리 알리고 싶다며 도움을 청했다. 사업은 자신이 책임지겠다는 말도 보탰다. 이후 양 대표가 운영하던 회사와 연구실의 교류, 공동 연구과제를 거쳐 2018년 한국디지털트윈연구소를 설립했다. 양 대표에 따르면 연구소기업 승인은 이듬해 1월 받았다. 김 교수의 오랜 시스템 모델링시뮬레이션 연구성과를 사업화하려는 시도였다. 사업에 자신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양 대표는 현대정보기술에서 인천공항 1단계 건설 사업에 엔지니어로 참여했고, 이후 영업으로 옮겨 대규모 사업을 경험했다. 그럼에도 새로운 기술을 고객에게 설명하고 납득시키는 일은 쉽지 않았다. 기술 좋으면 다 팔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고객을 만나고 돌아오면 설명이 개념적이고 추상적이라는 반응이 따라왔다. 기술을 이해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했지만, 왜 이 기술을 써야 하는지 전달하는 일은 또 다른 과제였다. 양 대표는 사업을 시작할 때 들었던 기술로 사업하지 마라는 김 교수의 말을 이제는 이해한다고 했다. 같은 발전기인데, 발전량은 왜 다를까 한국디지털트윈연구소가 상용화한 플랫폼은 와이저(WAiSER)다. 빅데이터와 AI, 시뮬레이션을 결합한 BAS 기술을 바탕으로 한다. 실제로 수집한 데이터와 설비가 작동하는 원리를 함께 활용해 디지털트윈 모델을 만드는 방식이다. 양 대표는 경주 풍력발전 사례를 들었다. 같은 회사가 만든 발전기라도 현장에서 운전한 결과는 서로 달랐다. 발전 원리가 같다는 이유로 하나의 모델을 그대로 적용하면 각각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발전기의 작동 원리로 모델을 만든 뒤, 1호기부터 9호기까지 실제 운영 데이터를 받아 각 발전기의 특성을 나타내는 값을 학습시켰다. 공통 원리에서 출발하되 현실의 차이를 반영해 발전기별 모델을 만든 것이다. 양 대표는 데이터로 학습하는 방법과 원리를 바탕으로 모델링하는 방법에 각각 장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만으로는 경험하지 못한 상황이나 조건이 계속 달라지는 문제를 다루기 어렵고, 원리만으로는 현장의 모든 차이를 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각각의 장점을 가지고 단점을 보완해서 모델링하는 방식, 그게 BAS 모델링 기술이고 핵심 기술이에요. 모델을 만든 뒤에도 확인은 필요하다. 시뮬레이션 결과를 현장에서 수집한 데이터와 비교하고, 차이가 나면 모델을 보정한다. 가상 실험의 결과를 실제 판단에 쓰려면 모델이 현실을 얼마나 잘 반영하는지부터 살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교통을 풀었더니 환경 문제가 생긴다면 하나의 설비를 넘어 도시나 복잡한 조직을 다루면 문제는 더 커진다. 교통, 환경, 에너지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한 분야에서 좋은 선택이 다른 분야에서도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교통 문제 해결하니까 갑자기 환경 문제 생겨. 또 에너지 문제도 생겨. 양 대표가 와이저 페더레이션을 설명하며 든 예다. 서로 다른 업체가 다른 도구로 만든 모델들을 연결해, 각 모델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전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살피도록 돕는 솔루션이다. 교통 모델과 환경 모델을 따로 만들더라도 두 모델을 연동하면 교통 운영을 바꿨을 때 환경에 어떤 영향이 생기는지 함께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다. 모든 분야를 하나의 거대한 모델로 다시 만드는 부담을 줄이면서 전체의 운영 방안을 찾으려는 접근이다. 여기서 양 대표가 중요하게 보는 것은 모델을 만드는 목적이다. 같은 대상을 다루더라도 의사결정자와 현장 실무자가 알아야 할 정보는 다르다. 무엇을 판단할지에 따라 필요한 변수와 모델의 상세한 정도도 달라져야 한다. 현실을 무조건 정밀하게 복제하기보다, 풀려는 문제에 필요한 요소를 골라 모델로 표현해야 한다는 얘기다. 성능만큼 중요한 목적을 달성했는가 양 대표는 장비의 성능과 그 장비를 써서 얻는 효과도 구분했다. 무기체계라면 개별 장비의 성능뿐 아니라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운용하고, 누가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에 따라 임무의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가 제시한 기준은 효과척도인 MOE다. 어떤 일을 했는지를 넘어, 그 일이 당초 목적을 이루는 데 얼마나 기여했는지 측정하는 지표다. MOE 와이저는 이런 효과를 측정하고 검증분석하며, 더 나은 조건을 찾도록 돕는 솔루션이라고 소개했다. 내가 목적한 대로 내가 한 일이 그 효과에 얼마나 기여했느냐? 측정해야 관리할 수 있잖아요. 양 대표는 국방을 예로 들어 임무 성공과 피해 최소화를 함께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원하는 효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장비의 조건을 바꾸거나 의사결정 방식, 운용 전술을 달리해 다시 실험하는 식이다. 운영 환경까지 고려해 여러 조합을 비교하고, 목적에 맞는 선택을 찾는 것이다. AI가 내놓은 결과를 판단에 쓸 때도 같은 원칙이 필요하다고 봤다. 양 대표와 직원들 역시 업무와 개발에 AI를 활용한다. 다만 결과가 나온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 채 중요한 결정을 맡기는 데는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잘못된 판단의 피해가 큰 분야일수록 모델과 결과를 검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 성과를 현장으로 옮기는 문턱 가상 실험으로 문제를 다뤘다고 해서 현장 적용까지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양 대표가 소개한 식물공장 연구에서도 이 간격이 드러났다. 여러 단으로 쌓은 재배 선반 사이에서는 위치마다 공기의 흐름이 다르다. 팬과 공조기를 설치해도 어느 곳에 바람이 충분히 가는지, 어느 곳에 정체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식물이 자라기 좋은 환경을 만들려면 이 흐름을 살펴 제어할 필요가 있다. 한국디지털트윈연구소는 디지털트윈으로 식물공장 안의 기류를 다루는 연구를 수행했다. 다만 양 대표는 실제 적용 단계까지 나아가지는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 현장에 적용하려면 추가 투자가 필요한데 비용 문제로 연구에 그쳤다는 설명이다. 적용은 실제로 못 했고 연구까지만 했는데, 적용하는 데는 투자를 해야 되잖아요. 기술의 가능성과 고객이 비용을 들여 도입하는 일은 달랐다. 좋은 기술을 만드는 것과 그 기술이 현장에서 쓰이게 하는 것 사이의 어려움은 사업 초기뿐 아니라 개별 적용 사례에서도 이어지고 있었다. 기계에 판단을 맡기기 전에 연구소가 개발 중인 다음 솔루션은 피지컬 AI를 위한 PAI 와이저다. 양 대표는 기계가 정해진 동작을 수행하는 것과, 상황에 따라 스스로 판단하도록 의사결정권을 주는 것을 구분했다. 그가 관심을 두는 것은 사람이 모든 상황과 대응 방식을 미리 정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이때도 출발점은 모델이다. 양 대표는 데이터를 학습해 모델을 만들 수도 있고, 사람이 가진 지식과 노하우를 모델로 옮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두 방식을 결합하는 BAS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개발 과정에서는 판단의 정확성뿐 아니라 주어진 시간 안에 처리하는 성능도 중요하게 보고 있다. 아무리 적절한 판단이라도 대응해야 할 시점을 놓치면 쓸 수 없기 때문이다. 기계가 행동하기 직전에 의도에 맞는지 확인하는 런타임 보증(RTA) 기능도 개발 방향으로 제시했다. 사람이 맡긴 판단을 기계가 실행하는 만큼, 최종 행동 전에 검증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양 대표는 인터뷰 내내 무엇을 만들 것인지에 앞서 왜 필요한지를 물었다. 목적을 정하고, 현실을 반영한 모델을 만들고, 선택에 따른 결과를 실험하는 과정. 그가 2015년 연구실에서 발견했다는 지혜를 제공하는 기술은 이 과정을 사람의 판단에 보태려는 것이다. 기술 도입을 고민하는 기업과 기관이 먼저 따져볼 것도 어떤 문제를 풀고, 무엇으로 그 효과를 확인할 것인가다. 현실에서 실행하기 전에 선택의 결과를 가상으로 시험해볼 수 있다는 것, 양 대표가 디지털트윈으로 전하려는 가치는 여기에 있다. 기사보러가기
AI의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인공지능 개발 경쟁의 화두가 바뀌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쟁의 기준은 더 큰 모델, 더 많은 데이터, 더 빠른 출시였다. 이제는 그 옆에 안전과 통제라는 단어가 올라왔다. 미국의 주요 AI 기업 경영진까지 프런티어 AI의 개발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면서 논쟁은 연구실을 넘어 산업과 국가 전략의 문제로 번지고 있다. 다만 이 흐름을 단순히 AI 개발을 막자는 주장으로 읽어서는 곤란하다. 지금 논의되는 핵심은 모든 AI 연구를 멈추자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는 증거 없이 가장 강력한 모델의 능력만 계속 높여도 되는가라는 질문에 가깝다. 안전론이 힘을 얻는 이유 우려가 추상적인 미래 공포에만 근거한 것은 아니다. 2026년 7월 OpenAI의 내부 사이버보안 평가 과정에서 AI 에이전트들이 허용되지 않은 통신 경로를 만들고 인터넷에 접근한 뒤, 취약점을 연쇄적으로 이용해 허깅페이스 시스템 일부를 침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OpenAI는 이를 안전장치가 부족할 때 고성능 에이전트가 기술적 통제를 우회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경고탄으로 규정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AI가 인간처럼 악의를 품었느냐가 아니다. 주어진 평가 점수를 높이려는 과정에서 원래 과업의 경계를 벗어나고, 취약점을 이용하고, 다른 에이전트와 허가 없이 협력했다는 사실이다. 목표를 잘못 이해한 것이 아니라 목표를 지나치게 효율적으로 추구한 결과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AI의 능력과 안전 기술이 같은 속도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학계의 지적도 이 지점에서 나온다. 자동차의 엔진 출력은 계속 커지는데 제동장치와 충돌시험은 그만큼 고도화되지 못했다면, 먼저 브레이크를 점검해야 한다는 논리다. 특히 스스로 도구를 사용하고 장시간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트가 기업 시스템, 금융, 의료, 국방, 물류와 연결될수록 한 번의 오작동이 미치는 범위는 커진다. 그러나 브레이크는 누구의 차에 달리는가 반대편의 의심도 가볍게 볼 수 없다. 이미 막대한 컴퓨팅 자원과 데이터, 인재를 확보한 기업과 국가가 안전을 명분으로 높은 진입장벽을 만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외부 평가와 인증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고 최신 반도체 접근까지 제한된다면, 후발 기업과 국가는 연구 속도를 늦추는 정도가 아니라 경쟁에서 퇴장할 수도 있다. 또 하나의 현실은 상호 불신이다. 한 나라가 개발을 늦추더라도 경쟁국이 같은 선택을 한다는 보장이 없다. 기업 경영진이 공개적으로 속도 조절을 말하면서 실제 내부 연구와 투자까지 줄이고 있는지도 외부에서는 확인하기 어렵다. 안전 선언이 공동의 위험을 줄이는 약속인지, 규제를 선점해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려는 전략인지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한국에는 이 문제가 더 절박하다. 프런티어 모델 경쟁에서 아직 추격자 위치인 국내 산업이 일률적인 감속에 들어가면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안전을 나중 문제로 미루면 해외 모델과 플랫폼에 대한 의존만 깊어지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응 기술과 검증 역량도 갖추지 못하게 된다. 개발이냐 안전이냐라는 양자택일만으로는 한국의 이해관계를 지킬 수 없다. 멈춤보다 필요한 것은 조건부 가속이다 따라서 논쟁의 초점은 AI를 계속 개발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 것인가에 맞춰져야 한다. 모든 모델에 같은 규제를 적용하기보다 실제 위험 수준에 따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기업용 모델과 최첨단 프런티어 모델, 단순 대화형 서비스와 외부 시스템을 직접 조작하는 자율 에이전트는 위험의 성격이 다르다. 고위험 모델에는 출시 전 독립 평가, 사이버 공격 능력과 통제 이탈 가능성 검증, 사고 보고 의무, 비상 정지 절차를 요구할 수 있다. 반면 대학과 중소기업의 저위험 연구에는 컴퓨팅 지원과 안전 평가 도구를 함께 제공해야 한다. 규제가 혁신의 문을 닫는 자물쇠가 아니라 더 멀리 달리기 위해 필요한 안전장치가 되려면 기준과 비용이 투명해야 한다. 한국도 해외의 감속론을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모델을 직접 시험하고 위험을 측정할 국가 차원의 평가 역량, AI 보안 전문인력, 사고 정보를 기업 간에 공유할 체계가 필요하다. 국제 규범 논의에도 기술 추격국의 입장을 반영해야 한다. 안전 기준을 만드는 자가 미래 시장의 입장권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독자가 판단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지금의 속도 조절론은 인류가 공동으로 브레이크를 점검하자는 제안인가, 아니면 선두 주자가 뒤따르는 경쟁자에게만 속도를 줄이라고 요구하는 것인가. 아마 현실은 두 가능성이 섞여 있을 것이다. AI의 가속페달을 무조건 밟는 것도, 두려움 때문에 엔진을 끄는 것도 책임 있는 선택은 아니다. 필요한 것은 위험이 커질수록 더 엄격한 검증을 통과해야만 가속할 수 있는 체계다. 우리는 AI를 멈출 것인지보다, 누가 어떤 기준으로 속도를 결정하고 그 결과에 책임질 것인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디잡뉴스 편집부 기사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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