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 회사인 줄 알았는데 AI 회사였다"… 스페이스X, 사상 최대 IPO에 담긴 반전
디잡뉴스 조회수     15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상장 신청서(S-1) 첫머리에 스스로를 이렇게 정의했다. 로켓을 쏘아 올리던 회사가 사업보고서 맨 앞에 'AI'를 정식 사업 부문으로 올린 것이다. 5월 20일 공개된 이 한 장의 서류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인 동시에 한 우주 기업의 정체성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스페이스X는 이번 상장에서 나스닥(Nasdaq) 티커 'SPCX'로 거래될 예정이다. 목표 기업가치는 약 1조7,500억 달러(약 2,400조원)로, 마이크로소프트를 넘어 애플·엔비디아에 이은 세계 3위권 수준이다. 조달 목표액은 최대 750억 달러(약 103조원). 단일 기업 IPO로는 전무후무한 규모다. 시장 일각에서는 상장 당일 몸값이 2조 달러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무게중심은 이미 '스타링크'로

화려한 숫자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은 이 회사가 실제로 무엇으로 돈을 버는가다.

2025년 스페이스X의 전체 매출은 187억 달러(약 25조7,000억원)로 전년 대비 33% 늘었다. 이 가운데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Starlink)'가 벌어들인 매출이 114억 달러. 전체의 61%를 차지했다. 분기 순이익만 12억 달러를 올리며, 한때 '돈 먹는 하마'로 불리던 위성 사업이 그룹 전체의 현금 창출원으로 올라선 것이다.

쉽게 말해 스페이스X의 수익 엔진은 더 이상 로켓 발사가 아니다. 하늘에 띄운 수천 개의 위성이 매달 안정적으로 통신 요금을 거둬들이는 '구독 사업'이 회사를 떠받치고 있다.

 

600억 달러짜리 'AI 베팅'

투자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진짜 반전은 따로 있다. 스페이스X가 'AI 인프라'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신청서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5월 AI 기업 앤스로픽(Anthropic)과 클라우드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멤피스에 위치한 슈퍼컴퓨터 '콜로서스(Colossus)'의 연산 능력을 빌려주고 2029년 5월까지 매월 12억5,000만 달러를 받는 조건이다. 연간 150억 달러, 3년간 약 450억 달러에 이르는 대형 장기 계약이다. 이 시설은 300메가와트(MW) 이상의 전력과 22만 개가 넘는 엔비디아 GPU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스페이스X는 AI 코딩 도구 스타트업 '커서(Cursor·운영사 애니스피어)'를 2026년 하반기에 600억 달러(약 82조원)에 인수할 수 있는 옵션까지 확보했다. 인수를 포기하면 위약금만 100억 달러를 물어야 하는 강도 높은 계약이다. 로켓을 만들던 회사가 코드를 짜는 AI 회사를 손에 넣을 채비를 마친 셈이다.

비유하자면 이렇다. 스페이스X는 위성으로 '데이터가 흐르는 길'을 깔고, 슈퍼컴퓨터로 '데이터를 계산하는 공장'을 돌리며, 커서를 통해 '데이터를 다루는 도구'까지 갖추려 한다. 우주에서 출발한 기업이 AI 산업의 위아래를 동시에 거머쥐려는 그림이다.

 

화려한 매출 뒤의 그림자

다만 거대한 청사진에는 분명한 그늘도 있다. 스페이스X는 2026년 1분기에만 42억8,000만 달러의 순손실을 냈고, 누적 결손금은 413억 달러에 달한다. 매출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차세대 우주선 '스타십(Starship)' 개발과 AI 인프라 확장에 막대한 비용이 동시에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이번 IPO는 '검증된 현금흐름(스타링크)'과 '아직 증명되지 않은 미래 베팅(AI)'이 한 종목에 섞여 있는 구조다. 앤스로픽과의 계약은 양측 모두 90일 전 통보로 해지가 가능해 안정적 장기 매출로 볼 수 있을지 평가가 엇갈린다. 600억 달러 규모의 커서 인수 옵션 역시 반독점 심사라는 변수가 남아 있다. 화려한 외형만큼이나 검증해야 할 물음표도 많다는 뜻이다.

 

6월, 자본시장의 시험대에 오른다

상장 일정도 윤곽을 드러냈다. 기관투자자 대상 로드쇼는 5월 말 시작되고, 공모가 범위는 6월 첫째 주에 발표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6월 12일 전후를 유력한 상장일로 본다.

스페이스X의 IPO가 주목받는 이유는 규모 때문만이 아니다. 우주 발사라는 '하드웨어'에서 출발한 기업이 위성 인터넷이라는 '네트워크'를 거쳐 AI 컴퓨팅이라는 '소프트웨어 인프라'로 사업 정체성을 넓혀가는 흐름을, 한 장의 신청서가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서다. 우주·통신·인공지능이라는 세 거대 산업이 한 기업 안에서 교차하는 사례는 이전에 찾아보기 어려웠다.

상장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스페이스X는 자본시장 역사에 새 이정표를 세우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동시에 'AI 인프라가 과연 우주 사업만큼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시장의 첫 공식 답안이 될 것이다. 오는 6월, 투자자들은 로켓이 아니라 한 기업의 미래 설계도에 가격표를 매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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