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품 = 특허받은 측정 알고리즘 실내용 공기질 측정기 (아림사이언스)
한국원자력연구원 출신 연구자 김상인 대표가 세운 실내 공기질 측정 전문기업 아림사이언스. 방사선을 오래 취급해온 김상인 대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을 측정 가능한 데이터로 바꾸는 일에 회사의 존재 이유를 걸었다. 그는 "냄새 좋은 실내보다 공기가 깨끗한 실내가 바람직하다"며, 값비싼 전문 장비를 누구나 손에 쥘 수 있는 가격으로 낮춰 세상에 내놓겠다는 목표를 이야기했다.
라돈 침대 사태가 바꾼 연구자의 길
아림사이언스의 출발점은 2010년대 후반 한국 사회를 뒤흔든 '라돈 침대' 사태였다. 대형 침대 제조사가 내놓은 신제품 매트리스에서 방사성 물질인 라돈이 검출되면서, 국내 가구업계 상위권 기업이 무너지는 일이 벌어졌다. 라돈은 폐암을 유발하는 방사능 핵물질이다. 김 대표는 "아이들이 얼굴을 묻고 자는 침대에서 유출된 방사성물질이 연약한 폐속으로 들어오는 상황이었다"며 당시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방사선 연구를 오래 수행했던 그에게 라돈은 낯선 물질이 아니었다. 오히려 누구보다 그 위험을 정확히 아는 전문가였다. 김 대표는 "라돈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저렴한 측정기를 만들어 라돈 없는 세상,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창업 배경을 밝혔다. 기존 장비가 1,000만~1,500만원에 달하던 시장에서, 그는 약 20만원대로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계측기 보급을 목표로 창업에 나섰다.
"부자인 회사보다 구성원이 부자인 회사"
창업 초기와 지금의 가치관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 그의 솔직한 고백이다. 처음 모토는 '돈을 많이 버는 회사보다 구성원들이 재미있는 생활하는 회사'였다. 대를 물려주는 사업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함께 즐겁게 일하고, 서로의 직장 생활이 만족되는 그런 기업을 그렸다.
하지만 재미있는 기업을 만들려다 보니 돈과는 거리가 멀어졌다는 현실도 인정했다. 체계와 규모를 갖춰야 회사의 성장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회사는 천천히 성장해도 그가 지키고 싶은 핵심 가치는 분명하다. 김상인 대표는 "구성원이 부자가 되는 회사가 좋은 회사"라고 강조했다. 회사가 부자이기보다는 직원들의 몫이 넉넉한 기업, 직원들의 고용이 보장된 편안한 기업이 그가 지향하는 방향이다.
냄새가 아니라 방사능이 문제다
많은 사람들이 실내 공기질의 중요성을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를, 김상인 대표는 방사성물질의 특성에서 찾는다. 불에 데이면 곧바로 수포가 생기고 아프지만, 라돈 같은 방사능 물질은 즉각적인 반응이 없다. 그는 히로시마 원폭 사례를 들어 "당장은 괜찮아 보여도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손상된 DNA의 결과가 발현된다"며 지연된 위험성을 설명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도 같은 맥락이다. 어린 시절 노출된 유해물질의 영향이 10년 가까이 지나 청소년기에 이르러서야 그 영향이 발현되었고, 역학조사를 통해 그 원인이 드러났다. 김상인 대표는 "공기질 문제는 바로 나타나지 않고 한참 뒤에 나타난다. 냄새도 없고 색깔도 없으니 정확한 측정과 즉시의 알맞은 환기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실제 현장의 상황은 심각하다. 김상인 대표는 얼마 전 한 어린이 시설에 장비를 설치했던 경험을 전했다. 법적 기준치가 148 Bq/m3인 라돈 수치가 300 이상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그는 "전공자들은 본능적으로 300이면 숨을 참거나 그 자리를 피할 정도로 위험성을 안다"며, 그런 공간에 아이들이 하루 종일 머무는데도 부모도 교사도 이를 알지 못한다는 점을 우려했다.
공기청정기의 함정, 그리고 환기의 힘
김상인 대표가 특히 강조한 것은 흔한 오해다. 좋은 냄새가 나는 방향제, 머리맡에 둔 공기청정기가 오히려 안심을 주지만 실상은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공기청정기는 미세먼지만 줄여줄 뿐 공기속 많은 유해물질을 제거하지 않는다. 오히려 밀폐된 공간에서 유해물질들은 계속 축적되어 환경 기준치를 훨씬 웃도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어린이집이 대표적 사례다. 방향제 덕분에 냄새는 좋고, 에어콘과 히터로 온도는 알맞지만 그로인해 환기의 필요성을 자각하지 못한다. 특히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워 자발적 환기가 제때 이뤄지지 않는다. 특히 "라돈은 땅에서, 콘크리트에서, 건자재에서 베어나온다"며 이러한 장시간 밀폐된 공간에 장시간 정주하는 사람들의 라돈 노출의 위험성도 함께 짚었다.
라돈 제거의 해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바로 환기다. 그는 "우리 디바이스를 설치한 어린이집이나 요양병원 등은 라돈 농도 수치에 따른 표시등이 빨간색으로 바뀌는 순간 더워도 추워도 무조건 환기를 시켜야한다. 환기하면 수치가 바로 떨어진다"며, 실시간으로 측정되는 데이터가 실내공기질 관리 행동을 바꾸는 힘을 설명했다. 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하루 두 번 환기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이 그의 당부다.
항목까지 맞추는 컨설팅형 솔루션
아림사이언스의 강점 중 하나는 고객 맞춤형 솔루션이다. B2C 제품은 측정 항목과 앱 사용법이 정해져 있지만, B2B 고객에게는 필요한 측정 항목을 넣고 빼는 조정이 가능하다. 앱뿐 아니라 웹 플랫폼 형태로도 제공하며, BI 브랜딩까지 포함한 플랫폼 구축을 지원한다.
여기에 더해지는 것이 대표 특유의 컨설팅이다. 커피를 오래 볶는 종사자의 폐암 위험을 근거로 VOC(휘발성유기화합물) 측정 항목을 권하고, 실내 라돈 측정을 기본으로 제안한다. 그는 "알코올을 제외한 냄새나는 것들은 대체로 몸에 좋지 않다. 숲속 피톤치드나 꽃향기도 마냥 건강에 좋은 것만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산소 함량이 높고 공기 구성물 이외의 물질이 전혀 없는 순수한 공기가 가장 좋은 공기라는 견해도 보였다. 어린이집에는 방향제조차 두지 말라는 조언이 그의 맞춤형 컨설팅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AI 시대, 위축되는 환경 시장을 마주하며
시장 환경은 녹록지 않다. 김 대표는 최근 공기질 관리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자원과 관심이 AI 쪽으로 옮겨가면서 환경을 비롯한 여러 산업이 '무관심 속 소외'를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이 환경 개선에 눈을 뜨며 미세먼지 유입이 줄어든 것도, 역설적으로 하늘이 깨끗해 보이는 만큼 수요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됐다는 견해도 있다.
그는 한국 시장의 구조적 한계도 언급했다. "눈에 보이지 않고 실내공기질 오염, 민원이 들어오지 않으면 담당 기관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작 위험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물질인데, 가시적 민원 중심의 정책이 시장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이다. 공기질 측정 및 관리의 민간시장에서, 아림사이언스는 빨간색으로 위험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디스플레이 방식으로 홍보와 확산에 집중하고 있다.
"정확하게, 빠르게, 그리고 싸게"
향후 1~3년 목표를 묻자 김상인 대표는 솔직했다.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집단이니 매출 성장이 제일의 목표이다"면서도, 그 이익을 좋은 일에 쓰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가 말하는 좋은 일이란 깨끗한 공기를 모두가 마시게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한 조건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내가 숨쉬는 공간의 공기가 깨끗한지 아닌지를 알려면, 첫번째 정확하게 측정해야 하고, 두번째 빠르게 측정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제품의 값이 싸야 한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을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로 바꾸고, 그 기술을 모두의 손에 닿는 가격으로 낮추겠다는 것. 연구자로 출발한 그가 공기질 측정 기업의 대표로서 붙잡고 있는 변함없는 지향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