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터프츠대학교(Tufts University) 공과대학 연구팀이 기존 AI 시스템 대비 에너지 소비를 최대 100분의 1로 줄이면서도 성능은 오히려 향상시킨 인공지능 기술을 공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새로운 AI 접근법은 에너지 사용을 최대 100배 절감하면서도 정확도를 함께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연구는 오는 5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국제로봇자동화학회(ICRA, International Conference of Robotics and Automation)에서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AI, 이미 미국 전력의 10% 이상을 삼킨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4년 기준 AI 시스템과 데이터 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약 415테라와트시(TWh)에 달하며, 이는 미국 전체 전력 생산량의 10% 이상을 차지한다. 2030년까지 이 수요는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데이터 센터 한 곳이 소비하는 전력이 중소 도시 전체 수요를 웃도는 상황에서, AI 산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구를 이끈 마티아스 슈츠(Matthias Scheutz) 교수는 현재 AI 방식의 비효율성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구글 검색 상단에 표시되는 AI 요약 기능은 일반 웹사이트 목록을 생성하는 것보다 최대 100배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뉴로-심볼릭 AI'란 무엇인가
터프츠대 연구팀이 개발한 핵심 기술은 뉴로-심볼릭 AI(Neuro-Symbolic AI)다. 이는 기존 딥러닝 방식의 신경망(Neural Network)과 인간의 논리적 사고를 모사한 심볼릭 추론(Symbolic Reasoning)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접근법이다.
기존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통계적 패턴으로 다음 행동을 예측하는 방식이라면, 뉴로-심볼릭 AI는 사람처럼 문제를 단계별로 분해하고, 형태·균형 같은 추상적 규칙을 적용해 최적의 해법을 찾는다. 슈츠 교수는 "VLA 모델은 대규모 학습 데이터의 통계적 결과에 의존하는데, 이는 오류로 이어질 수 있다"며 "뉴로-심볼릭 VLA는 시행착오를 줄이는 규칙을 적용해 더 빠르게 해결책에 도달하고, 학습 시간도 크게 단축된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특히 시각-언어-행동 모델(VLA, Visual-Language-Action Model) 기반 로봇에 적용된다. VLA 모델은 카메라 영상과 언어 명령을 동시에 처리해 로봇의 팔·바퀴·손가락을 실제로 제어하는 시스템이다.

'하노이 탑' 실험으로 증명한 압도적 성능
연구팀은 성능 검증을 위해 고전적 난이도 테스트인 하노이 탑(Tower of Hanoi) 퍼즐을 활용했다. 하노이 탑은 크기가 다른 원판들을 특정 규칙에 따라 옮기는 문제로, 순서와 논리적 계획 능력을 요구한다. 결과는 뚜렷했다. 뉴로-심볼릭 VLA 모델의 성공률은 95%를 기록한 반면, 기존 표준 시스템은 34%에 그쳤다. 기존에 학습하지 않은 더 복잡한 버전의 퍼즐에서도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78%의 성공률을 보였고, 기존 모델은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학습 속도의 차이도 극적이었다. 새 시스템은 단 34분 만에 해당 과제를 학습한 반면, 기존 모델은 하루 반 이상이 소요됐다. 정확도, 일반화 능력, 학습 속도 모든 측면에서 기존 방식을 압도한 것이다.
에너지 절감, 숫자로 보면 더 놀랍다
에너지 효율 측면의 성과는 더욱 충격적이다. 뉴로-심볼릭 모델의 학습 과정에서 소비된 에너지는 기존 VLA 시스템의 단 1% 수준이었으며, 실제 운용 중에도 기존 방식 대비 5%의 에너지만을 사용했다. 학습 단계에서 99%, 운용 단계에서 95%의 에너지를 아끼는 셈이다. AI 기술의 상용화가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이러한 효율성의 향상은 단순한 연구 성과를 넘어 실질적인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AI 환각·오류 문제도 함께 해결
뉴로-심볼릭 AI는 에너지 문제만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기존 AI가 가진 '환각(Hallucination)' 문제, 즉 그럴듯하지만 잘못된 정보를 생성하는 문제도 구조적으로 개선한다. 기존 대형언어모델(LLM)은 학습 데이터의 통계적 패턴에 의존하기 때문에 존재하지 않는 법률 판례를 인용하거나, 생성 이미지에서 손가락 개수를 틀리는 등의 오류가 발생한다. 로봇 분야에서도 같은 문제가 나타난다. 블록을 쌓는 작업에서 그림자 때문에 블록 형태를 잘못 인식하거나, 잘못된 위치에 블록을 올려 구조물이 무너지는 식이다. 뉴로-심볼릭 방식은 추상적 규칙과 논리 기반 계획을 결합해 이러한 시행착오 자체를 줄인다. 더 빠르고, 더 정확하고, 더 적은 에너지로 원하는 결과에 도달하는 구조다.
"현재 LLM 중심 AI는 지속 불가능하다"
연구팀은 현재의 LLM 및 VLA 중심 AI 패러다임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명시적으로 밝혔다.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하면서도 여전히 신뢰성 문제를 안고 있는 현재 구조에 대한 대안으로, 뉴로-심볼릭 AI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Timothy Duggan, Pierrick Lorang, Hong Lu, Matthias Scheutz 연구팀이 공동으로 수행했으며, 논문은 arXiv를 통해 이미 공개됐다. 학계와 산업계 모두 이 기술의 실용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AI가 진정으로 산업 전반에 뿌리내리려면 '더 큰 컴퓨팅'이 아니라 '더 스마트한 추론'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번 연구는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다.
[용어 설명] 뉴로-심볼릭 AI(Neuro-Symbolic AI): 딥러닝 기반 신경망과 논리 규칙 기반 심볼릭 추론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AI 기술. 통계적 패턴 인식과 논리적 계획 능력을 동시에 활용한다.
VLA 모델(Visual-Language-Action Model): 시각 정보와 언어 명령을 통합해 로봇의 물리적 동작을 제어하는 AI 모델. 기존 대형언어모델(LLM)의 기능을 로봇 제어 영역으로 확장한 형태다.
참고: Tufts University / ScienceDaily (2026.04.05) / arXiv: 2602.19260
디잡뉴스 편집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