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이 대규모 언어모델(LLM)의 메모리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새로운 알고리즘 'TurboQuant'를 공개하며 AI 업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업계의 관심이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타격 여부에 쏠린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 기술의 진짜 수혜자로 예상 밖의 이름을 꼽고 있다. 바로 애플이다.
GPU가 삼킨 메모리, 구글이 해법을 내놨다
지난 1년간 AI 시장에서 가장 뜨거웠던 자원은 GPU도, 전력도 아닌 '메모리'였다. GPU가 처리해야 할 데이터의 양이 폭증하면서 고대역폭 메모리(HBM)에 대한 수요가 급등했고, 마이크론(Micron),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은 사상 최대 호황을 누렸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 알파벳(Alphabet)이 발표한 TurboQuant 알고리즘은 단순한 기술 논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 알고리즘은 LLM의 메모리 사용량을 대폭 줄이는 양자화(Quantization) 기술로, AI 모델을 운용하는 데 필요한 하드웨어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다.
메모리 반도체 주가 하락… 과잉 반응일까
TurboQuant 발표 직후, 마이크론(NASDAQ: MU)을 비롯해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주요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시장은 메모리 수요 감소 가능성에 즉각 반응한 것이다.
그러나 이 반응은 과도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효율성이 개선되면 오히려 더 고도화된 모델의 개발이 가능해지고, 이는 결국 더 많은 연산과 메모리를 필요로 하게 된다. AI 역사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된 패턴이다. 연산 효율이 좋아질수록 사람들은 더 크고 복잡한 모델을 만들어왔다.
다만 마이크론의 경우, 현재 주가 수준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산업 특유의 경기순환적(cyclical) 특성을 고려할 때 별도의 경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진짜 수혜자는 애플, 온디바이스 AI의 빗장이 풀린다
TurboQuant가 가져올 가장 의미 있는 변화는 최첨단 데이터센터급 AI가 아니라, 스마트폰과 같은 엣지 디바이스에서의 AI 구동이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가장 큰 혜택을 받을 기업이 바로 애플(NASDAQ: AAPL)이다.
애플은 그동안 아이폰 자체에서 의미 있는 수준의 LLM을 구동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핵심 병목은 바로 메모리였다. 스마트폰에 탑재할 수 있는 메모리 용량은 제한적이고, 기존 LLM은 이 제한을 넘어서는 메모리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TurboQuant의 메모리 효율화 기술은 이 병목을 해소할 열쇠가 될 수 있다. 메모리 요구량이 줄어들면, 아이폰의 제한된 하드웨어 환경에서도 본격적인 생성형 AI 기능을 구동할 수 있게 된다.
구글 기술이 아이폰을 살린다는 역설
흥미로운 점은 구글이 만든 기술이 경쟁사인 애플의 제품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애플은 이미 구글의 AI 기술을 아이폰에 통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으며, TurboQuant는 이 전략의 핵심 기반 기술이 될 수 있다.
이 기술이 아이폰에 적용될 경우, 대규모 업그레이드 사이클이 촉발될 가능성이 있다. 2025년 말 기준 전 세계에서 사용 중인 아이폰은 약 10억 대에 달하며, 온디바이스 AI가 본격 지원되는 신형 아이폰은 상당수 기존 사용자들의 교체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
기대감은 이미 주가에 반영… 추가 상승 여력은
현재 애플 주가는 선행 주당순이익(Forward EPS) 대비 약 30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어, 시장의 기대감이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되어 있다. 그러나 온디바이스 AI를 통한 아이폰 교체 사이클이 현실화된다면, 애플의 서비스 매출과 하드웨어 판매 모두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주가 상승 가능성도 열려 있다.
AI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곳에서 수혜자를 만들어낸다. 구글의 TurboQuant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단기적 충격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AI의 저변을 넓히는 촉매제가 될 전망이다. 그리고 그 저변 확대의 가장 큰 수혜자는 20억 명의 생태계를 가진 애플이 될 수 있다.
[디잡뉴스] 기사 원문: The Motley Fool (2026.04.03, Adam Levy)
